독서일기 0







"모든 것이 퇴폐의 그림자이고 조락의 빛인 가운데 피와 살과 역사가 뒤얽힌 자신도 아울러 생각해야 했다. "


나쓰메 소세키의 <한눈팔기>를 읽었다. 소설 내에서 주인공이 쓸쓸함을 토로하는 대목이 유독 많이 등장한다. 이 책에서 소세키는 쓸쓸하다. 자신의 과거, 현재의 삶, 미래의 그림자를 상대하느라 진이 다 빠진 주인공의 모습에서 소세키를 발견하고, 내 모습을 발견했다. 자전적 소설이란 작가의 얼굴을 비추기도 하지만 독자의 얼굴을 비추는 데 더 적절한 형식인 것 같다. 작가의 자아를 반영하기 위해서 주인공의 내면을 투명하고 명료하게 만든다. 즉 내면의 형식은 텅 비어 있으므로, 독자가 들어 앉기에 용이한 것이다. 도서관에 틀어박혀 한동안 <한눈팔기>의 주인공의 내면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. 과거를 회상하고 미래를 점쳐보기도 했으나, 기분은 어둑시근했다. 책을 읽은 나도 쓸쓸한 기분을 느꼈다. 첫눈이 내린 날이었다고 하지만 온종일 하늘이 어두컴컴했다. 오늘 나는 도서관에서 책장만 뒤적였는데, 몇 시간 동안 단어와 문장, 지식을 머릿 속에 우겨 넣으려고 애썼다. 소득은 없었다. 도서관에서 나오자 눈은 그쳤다. 진눈깨비였나보다. 흔적도 없고, 눈을 반기는 사람도, 그들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. 나쓰메 소세키의 <행인>을 빌렸다. 이번 겨울에는 소세키를 읽기로 결심했다.

-안대회가 번역한 <고전 산문 산책>이라는 책에서 허균이 쓴 "나를 비난하는 자에게"를 읽고 감탄했다. 예전에 누군가 <벽광나치오>라는 책을 추천해줬다. 우연히 두 저자는 같은 사람이다. 김훈의 에세이집 <풍경과 상처>에서 언급되는 책으로, <풍경과 상처>를 읽다 궁금해서 도서관에서 빌려왔다. 

"말을 마치고 물러서는 그의 뒷모습이 비틀거렸다."라는 맨 마지막 문장 때문에 울렁거렸다.

- 얼마 전에 김훈의 <풍경과 상처>와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<그늘에 대하여>를 읽었다. <풍경과 상처>는 내가 읽은 김훈 책 중에서 가장 뛰어난 책이다. 이 책에 관한 독후감을 쓰려면 김훈의 문장이 자아내는 이미지와 배열된 문장이 만드는 리듬을 모두 언급해야만 한다. <그늘에 대하여> 역시 아름다운 산문집이다.

두 작가가 공히 음식을 먹는 방법을, 자신들의 미학관으로 제시한 점이 흥미롭다. 이에 대해선 나중에 이야기하도록 하자.

시간이 부족하다.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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